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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엄마일일 체험기

  • 작성자 사진: tervancovan
    tervancovan
  • 5월 12일
  • 2분 분량

나의 욕심이었을까? 아이들과 아내만 혼자 두고 제주에 두고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번 주는 이틀 동안 아내의 빈자리를 혼자 오롯이 채워보았다. 아내 친구들과의 즐거운 계모임 지원을 위한 결정이었다.


아침부터 아내의 자리는 크게만 느껴졌다.



아침을 뭘 먹여야 할지, 오전 시간은 어떻게 채울지, 기침하는 둘째는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눈도 못 뜨고 어떻게든 아이들 아침을 먹인 뒤 세탁에 청소에 설거지에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고,


그래도 제주도살인데 아빠와의 시간을 뜻깊게 보내고 싶어서 어제 귀동냥으로 들은 소시지 축제에 가보기로 했다.


준비성 부족한 아빠 덕에 반팔만 입은 아이들은 축제 내내 기침을 했댔고, 아빠인 난 날씨 탓만 해댔다.


아내가 갑자기 애처롭게 느껴졌다.


이 모든 걸 혼자 감내하고 있을 모습이 자꾸만 미안해졌다.


가끔 듣는 핀잔에 버럭 화낸 것도 미안해졌다.


다행히 소시지 만들기 체험에 아이들은 꺄르륵 꺄르륵 재미나 했고 난 아빠 노릇 한 것 같아서 맘이 그제서야 좀 놓였다.


날씨는 얄궂게도 햇살 한 번 내밀지 않아. 기침하는 둘째 얼굴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큰형 핀잔에 기가 잔뜩 죽어서, 아빤 이번 주에 몇 밤 자고 가냐고 물어보면서 고사리손가락 10개를 펴 보이는데 맘이 짠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벌써 지쳐 애들과 집에 와선 영화만 틀어주곤 난 잠들어버렸다.


영어교육 노래를 부르던 나의 모습이 자꾸만 바보 같았다.


한 시간을 넘게 자고 나서야 다시 일어나 저녁을 대충 차려 먹이고 설거지를 하면서 아내 생각이 났다.


온종일 반성문만 쓰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들 둘 부여안고 잠이 언제 들었는지도 모르게 눈을 뜨고 그다음 날 아침을 전날과 똑같이 먹이고 자전거를 모두 태우고 햇빛이라도 보게 하려 학교 근처 공터에 나갔다.


언제 커서 같이 자전거 타나 했는데 그게 오늘이었다.


그것도 두 발 자전거. 아들 두 녀석은 아빠랑 조금도 놀려고 서로 티격태격에 맘이 또 짠해 혼낼 수도 없어 두 녀석 등만 쓰다듬었댔고


돌아앉아 개미만 잡고 있는 둘째 등은 첫째 몰래 한 번 더...


유독 날 그리워한다는 아내 말이 생각났다.


동네 식당에서 점심을 부랴부랴 먹이고 공원을 같이 거닐다 지친 아빤 잔디에 누웠다.


아들 둘이 내 배를 베개 삼아 누웠더니


또 묻는다.


몇 밤 자고 가냐고... 한 밤 남았다고 이야기하는데


둘째 고사리손가락은 세 개나 펴져 있었다.


또 맘이 짠해 뽀뽀해 줬다.


집에 돌아와 또 TV만 켜 주고는


내가 좋아하는 크림빵이 냉장고에 있어


첫째 건강 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홀딱 혼자 까먹고 한참 세탁물 정리를 하는데 와이프가 들어왔다.


표정이 밝아서 맘이 좋았다.


아내는 친구들과 보낸 시간을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나와 보낸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쉬움에 잠드는 시간이 자꾸만 늦어지는데


큰아이가 크림빵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 좋아하는 빵이라 안 먹고 가져왔다고.

차가운 게 맛있을 것 같아서 물병에 얼음물을 찾아서 넣고 빵 옆에 넣어서 학교에서 가져왔다고. 몇 번이나 진짜냐고 되묻고는 폭 안아주었다.


그리고 지금 비행기 안에서 또 보고 싶어 하면서 이렇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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